여야가 공정한 선거보도를 위해 선거일 120일 전부터 선거일 30일 후까지 5개월 동안 선거기사심의위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자 입법권의 남용이라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선거기사심의위 설치를 고집하면서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기존의 언론중재위를 통한 언론피해 구제절차는 너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거처럼 시간이 촉박한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선거기사심의위를 설치,구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자는 것. 또 이미 방송의 선거보도에 대해서는 선거방송심의위가 설치돼있는 만큼 신문과 잡지 등 정기간행물에 대해서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논리는 선거기간 중 후보자에 대한 신문의 비판적인 검증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가능성이 크고, 방송과 신문의 차이점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불공정한 선거기사가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여야의원들의 논리가 맞다면 불공정한 증권기사는 주식시장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별도의 ‘증권기사심의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논리도 등장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선거기사심의위 강행은 선거기간 중 ‘거북한 기사’‘불리한 기사’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거부감이 표출된 결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9명으로 구성되는 선거기사심의위원 중에는 교섭단체에서 각각 한명씩 추천하는 위원들이 들어가도록 돼 있어 이들이 얼마만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치권이 내세우는 방송과 신문의 형평성도 두 매체의 차이점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방송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독점적으로 쓰고 있는데다가 매체영향력이 신문에 비해 즉자적(卽自的)이고 훨씬 광범위하다. 이 때문에 방송은 이미 24시간 방송위의 ‘감시’를 받고 있지만 아무도 이를 문제삼는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헌법상 언론의 자유에 관한 사항을 다루면서 공개적인 토론이나 공청회를 한차례도 갖지 않고 관련법안을 처리하려는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고 관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