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리, 7일 고별만찬… 74회 생일겹쳐 만감교차

  • 입력 2000년 1월 8일 01시 10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7일 저녁 자민련 복귀(11일)를 앞두고 출입기자 및 총리실간부들과 고별만찬을 가졌다.

당초 준비한 연설문은 짤막했지만 막상 재임기간을 회고하다 보니 김총리의 고별연설은 30분을 훌쩍 넘겼다. 마침 이날은 김총리의 74회 생일이기도 했다. 김총리는 만찬 내내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김총리는 “지난 1년 10개월은 길고도 짧은 기간이었다. 모든 게 아쉬움만 남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헌정 사상 초유의 공동정부를 운영해 새로운 국정운영의 모델을 정착시키려 했지만 때론 달래고, 때론 의지를 다지고, 때론 앞을 바라보면서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내각책임제 개헌을 약속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16대 국회로 넘긴 것이 국민에게 송구스럽고 아쉽기만 하다”며 “보수와 진보의 두 가지 가치를 조화시키려 그동안 드러나지 않게 인내와 고심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이제 권좌에서 내려가서 위를 보게 될 텐데 세상에 영욕이 같이 있지만 욕이 많은 것은 과욕의 탓”이라며 “사람에겐 분수가 있는데 그것을 지키면 우리 정치가 이렇게 맨날 어지럽고 시끄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김총리는 “정치적 여명(餘命)이 남아있는 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의욕을 과시했다.

그는 독일 아데나워총리가 74세에서 88세까지 재임하고 90세로 세상을 뜬 사실을 소개하며 “아데나워가 퇴임 2년만에 죽은 것은 나라를 위해 심신을 모두 바쳤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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