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일 중국 외교부의 주방짜오(朱邦造)대변인이 탈북자들에 대해 “난민이 아니다”며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인도주의’라는 말에 집착, 낙관론을 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와의 교섭과정에서도 정부는 러시아측의 ‘2중 플레이’에 끌려다니다 뒤통수를 맞는 수모를 당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당초 지난해 12월8일 탈북자들에 대해 출국비자까지 내줬고 정부는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비행기표까지 끊은 상태였다.
그러나 출국시한인 같은달 18일까지 러시아측은 이들이 출국을 허용하지 않았고 27일 이인호(李仁浩)주러한국대사가 카라신 외무차관을 만났을 때도 “단기간 내 처리하지는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안도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국경수비대는 사흘 뒤 갑작스럽게 이들의 신병을 중국에 인계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허를 찔린 정부는 부랴부랴 중국과의 교섭에 나섰고 홍순영(洪淳瑛)장관이 4일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에게 친서를 보내 “인도적으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중국정부는 이미 북한 송환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중국측은 북한과의 관계도 관계지만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경우 향후 탈북자 처리 문제에 좋지 않은 전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탈북자 북한 송환 사태로 정부는 러시아와 98년 아브람킨 참사관 추방파동 이후 복원시켜온 한-러 관계와 현 정권 출범 이후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한-중 관계, 정부의 외교력 모두에 타격을 받게 됐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