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이날 이회창총재의 기자회견내용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재협상을 지시한 6개항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환영. 그러나 이총재가 여권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1인2투표제와 석패율제를 반대한데 대해서는 “재협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성토.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지역구 득표로 비례대표후보를 정하는 현재의 1인1투표제가 헌법 41조1항(직접선거)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을 대법관출신인 이총재가 반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
선거법 개악에 대한 자성론도 대두됐다.
서울출신의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정치개혁 협상을 직접 진두지휘했어야 하는데 1인2표식 전국단위 정당명부제에 집착해 야당에 끌려다녔다”고 지적.
○…자민련은 김대통령이 지적한 6개항에 대해 대체로 국민회의측과 같은 입장을 정리. 당초 반대입장을 보였던 선거법 87조 삭제도 한나라당이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 개선 쪽으로 입장을 선회.
다만 이총재의 주장인 1인1표제에 대해서는 자당(自黨)의 정당지지율이 낮은 점을 감안, 신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
○…한나라당은 하루종일 어수선한 모습. 당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먼저 선거법 협상결과를 전면 부정해 이총재도 재협상 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협상이 제대로 타결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표정들.
특히 여야 협상과정에서 선거구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의원들 쪽에서는 이총재가 선거구문제를 획정위로 넘기자고 한 데 대해 “자신의 이미지만 살리기 위해 우리를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볼멘 소리.
이런 와중에서도 김영순(金榮順)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김대통령의 선거법 협상결과 비난은 자신이 구워낸 도자기를 불량품이라고 하는 격”이라며 ‘DJ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데 열중.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