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0일 민주당 창당대회 치사에서 ‘소수정권’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안정의석 확보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호소했다. 이어 민주당의 성격을 ‘개혁을 완수해 정치를 살리기 위한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의지까지 밝히며 그 전제로 총선 승리의 필요성을 강조, 총선이 현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처임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 스스로 민주당 창당의 의미를 조목조목 밝힌 셈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같은 결의와 미래지향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신당은 여전히 적지않은 한계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신당이 87년 창당된 평민당 뿐아니라 국민회의의 ‘후신(後身)’, 다시 말해 ‘DJ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과연 얼마만큼 탈색(脫色)할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또 실질적으로도 총선준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김대통령의 직계세력인 동교동계가 중심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총선용 급조정당’이라는 야당의 공세를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
신당 대표 인선과정에서 불거진 인력충원범위의 한계와 당내 민주화의 필요성도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로 지적되는 대목. 신당 창당이 ‘집권세력이 바뀔 때마다 새 여당이 출현한다’는 한국정당사의 낡은 공리(公理)를 재확인한 예라는 점에서 어느 만큼 새바람을 일으킬 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신당창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은 소수정권의 한계를 돌파하지 않으면 집권후반기가 무의미하다는 ‘사즉생(死則生)’의 각오이자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아무튼 이날 뉴밀레니엄의 신생정당 1호로 출범한 민주당 창당을 계기로 정국은 본격적인 총선레이스에 접어들게 됐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여러차례 밝혀 온 것처럼 여권은 이달말까지 ‘물갈이’와 당선가능성 위주의 ‘투명한 공천’을 마친 뒤 총선승부처인 수도권 바람몰이에 본격 나설 채비다. 이날 김대통령이 간곡하게 호소한 ‘안정론’은 말하자면 총선레이스의 신호총성인 셈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