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자민련은 결과적으로 ‘최대 수혜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말이 많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비롯한 자민련의 상당수 중진 의원들이 ‘공천 부적격자’로 꼽히는 바람에 충청권 내에 자민련에 대한 동정 여론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4, 25일 자민련과 국무총리실에는 총선시민연대를 비난하는 충청권 주민들의 격려 전화가 꼬리를 이었다. 총리실의 한 비서관은 “대전의 한 대학교수가 전화를 걸어와 시민단체와 민주당을 한통속으로 규정한 뒤 ‘차제에 민주당과 갈라서라’고 촉구하더라”면서 “JP도 겉으로는 화를 내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도 “15대 총선 때 ‘충청도 핫바지 발언’이 충청표 결집을 이끌었듯이 이번 명단 발표가 그런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역시 지금 당장에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무엇보다 총선시민연대의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고 단정하는 자민련이 한나라당과 공동 보조를 취할 공산이 커 ‘2여(與) 1야(野)’가 ‘1여 2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
반면 민주당은 이와 정반대로 겉으로는 득이지만 속으로는 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총선시민연대의 명단 발표로 민주당의 개혁성향이 부각된 것은 좋은데 엉뚱하게 ‘음모론’이 불거져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
특히 자민련의 반발이 예상 밖으로 거세 총선 성패를 가를 수도권에서 충청 출신 유권자들의 지지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우려가 많았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시민연대가 명단을 발표하자 당장 인천 남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충청 출신 주민들의 지지가 갑자기 차가워졌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득실이 반반이라는 분석이 많다. 자민련의 ‘충청권 결집’으로 이 지역에서 선거를 치르기가 더 어려워진 반면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음모설로 영남권과 보수층을 상대로는 오히려 상황이 더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