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결의대회 연사로 나선 인사들은 일제히 시민단체를 ‘좌경 급진세력’으로 모는 듯한 발언을 하며 보수세력의 단결을 촉구. 나아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해서도 ‘약속위반’ 등을 들어 맹공을 서슴지 않았다.
강창희(姜昌熙)의원은 “정치개혁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정치권을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고 김학원(金學元)의원도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기는 정치인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공격. 급기야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도 “DJP합의는 문서로 된 신성한 계약인데 복덕방의 전세계약서보다 못하단 말이냐”며 사실상 ‘2여(與)공조 철회’를 선언.
○…이같은 자민련의 강경분위기는 4월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생존전략’이라는 관측이 무성. ‘여권의 음모로 박해받는 JP’의 이미지는 우선 충청권의 표 결집에 엄청난 약효를 발휘할 것이고 ‘급진세력의 음모’라는 주장은 보수층에 대한 최고의 득표전략이라는 것. 실제로 당 관계자들은 “이제 충청권은 완전 석권했다”고 장담하는 분위기.
또 당내 일각에서 신중론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수도권출신 의원은 “일단 자민련의 분위기가 뜨는 것은 좋은데 결국에는 충청권만 살리고 나머지는 죽이고 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
어쨌든 이날 결의대회를 계기로 자민련은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운 길로 들어선 것만은 틀림없어 앞으로 JP의 최종선택, 그리고 공조 붕괴의 수순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심사.
○…청와대는 그동안 자민련의 주장과 항의시위에 대응을 자제해왔으나 제동을 걸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판단아래 정면 대응 조짐을 보이기 시작.
한 관계자는 “자민련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공조가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며 “어떤 식으로든 이같은 흐름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 그러나 그 바탕에는 자민련이 청와대를 직접 거론하며 음모론의 확산을 계속 시도하는데 대한 불쾌함이 깔려 있는 것도 사실. 김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나 심기가 편치 않다는 것이 참모들의 전언.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