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東進정책' 이상기류…김중권씨 선거구 힘들어져

  • 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6분


민주당의 이른바 ‘동진(東進)정책’에 이상기류가 생겨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경북 영양-봉화-울진에 출사표를 던지고 동진정책의 야전사령관역을 자임했던 김중권(金重權)전대통령비서실장부터 깊은 회의(懷疑)에 빠져든 모습이다. 이는 국회 선거구획정위의 선거구 재조정 결과 지역구가 울진-봉화, 청송-영덕-영양으로 바뀌면서 선거구 사정이 훨씬 열악해졌기 때문.

김전실장은 그동안 해안지역으로 생활권이 동일한 울진-영덕을 하나로 묶고 청송-봉화-영양 등 내륙지방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전실장은 울진 출신이긴 하지만 영덕에 선친 묘소가 있는 등 ‘연고’가 없지 않은 상황.

김전실장측은 “울진과 봉화는 태백산맥이 가로막아 왕래가 없는데도 굳이 한 선거구로 묶은 것은 한나라당 김찬우(金燦于·영덕) 김광원(金光元·울진)의원의 나눠먹기식 구상을 받아들여 준 것”이라고 항변한다. 측근들은 “이런 식의 선거법 협상은 우리 보고 선거를 치르지 말라는 것”이라고 한 술 더 뜬다.

김전실장의 인근 지역구인 청송-영덕에서 뛰던 조은희(趙恩姬·청송)전대통령비서관도 전혀 연고가 없는 영양이 지역구에 새로 편입된데 대해 “가까운 친척들마저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가라’고 권유하는 현지 상황을 당지도부가 짐작이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다.

당지도부도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재조정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적극 대처에 나섰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30일 “민주당의 박상천(朴相千)총무를 만났더니 김전실장이 지역구가 이상하게 조정됐다며 대구 경북 선거에서 철수하겠다고 말해 골치아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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