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막바지 진통 거듭]"더끌수 없다" 표결처리 선회

  • 입력 2000년 2월 9일 00시 22분


여야 3당은 선거법 처리 시한인 8일 하루 내내 연쇄 총무접촉을 갖고 지역선거구 26석 감축안과 비례대표 선출방식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절충을 벌인 끝에 밤늦게 쟁점별 표결 처리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 획정위안 수용-1인 1표 도입 ▼

○…팽팽했던 협상 기류가 급변한 것은 캐스팅보트를 쥔 자민련이 이날 오후 ‘선거구획정위안(인구 상하한선 9만∼35만명)+1인1표제’로 입장을 정리하면서부터.

자민련안은 민주당이 요구한 선거구획정위안과 한나라당이 고수한 1인1표제를 절충한 것.당초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석패율제를 뺀 전국단위 1인2표제와 함께 인구상하한선을 9만∼31만명으로 낮추는데 ‘이면합의’했으나 뒤늦게 자민련이 방심한 양당의 허를 찔렀다는 평.

한동안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던 자민련은 이날 오후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일본에서 귀국한 뒤 긴급히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 등 당지도부와 회동한 자리에서 이같은 방향으로 당론을 정했다는 후문.

자민련의 갑작스러운 당론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긴급 회동, “시일이 촉박해 표결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총무는 청와대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한 뒤 승낙을 받았으며 이총무도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보고.

▼ 1인2표제 끝까지 걸림돌로 ▼

○…이에 앞서 여야 3당은 총무회담을 통해 인구상하한선 9만∼35만명과 1인2표제 수용에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봤지만 한나라당과 자민련 지도부의 추인과정에서 제동.

한나라당 이총재는 “1인2표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한 거부의사를 밝혔으며 또다른 당직자도 “자민련 내에서 1인1표제 지지론자들이 많은데 왜 우리가 1인2표제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반발.

▼ 여야 수정안 제출 경쟁 ▼

○…이날 표결처리과정에서 국회법의 표결절차를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이 점입가경(漸入佳境).

민주당이 이미 ‘인구상하한선 9만∼35만명+1인2표제’를 골격으로 한 선거법개정안을 내놓은 상태에서 한나라당은 쟁점 조항별로 찬반표결이 가능하다는 국회법 조항을 원용, 1인1표제와 인구상하한선 9만∼31만명 등 두가지 표결쟁점을 이미 상정해놓은 상태.

수정안은 늦게 제출한 순서대로 먼저 표결할 수 있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한나라당의 수정안이 먼저 표결에 부쳐질 것을 의식한 민주당은 이날 저녁 본회의 개회에 앞서 1인2표제의 투표방식 조항에 대한 수정안을 다시 제출.

▼ 비밀투표-전자투표 신경전 ▼

○…여야는 이날 표결방식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전개. 한나라당은 여당내에서도 의석감축수를 줄이자는 야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이 많아 무기명 비밀투표를 요구. 반면 민주당과 자민련은 투표 의원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전자투표를 거듭 주장.

한편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은 “전자투표의 경우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은 의원의 버튼을 다른 의원이 눌러도 이를 확인할 도리가 없다”며 기립투표를 거듭 주장.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무기명 비밀투표가 안된다면 의원들의 기립투표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여당측이 반대함에 따라 수정안 표결에 앞서 표결방식에 대한 표결을 먼저 하기로 합의.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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