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2표제 무산으로 자민련과의 연합공천마저 어렵게 된 민주당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고 한나라당은 ‘절반의 승리’라며 자위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캐스팅 보트역을 톡톡히 한 자민련은 표정이 가장 밝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가장 역점을 둬 온 1인2표제가 무산됨에 따라 전국정당화 추진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침통한 표정. 또 1인2표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정치개혁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온 사안이어서 더욱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
이 때문에 1인2표제에 기대를 걸었던 영남권 의원들은 “설 땅이 없어졌다”며 반발. 부산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중선거구제와 1인2표제, 지역구출마자 중 차점자를 구제할 수 있는 석패율(惜敗率)제도까지 무산돼 영남 의원들의 희망이 없어졌다”며 “앞으로 영남권 의원들이 탈당해도 말릴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 다른 지역의 상당수 의원들도 “도대체 여당이 선거법 협상에서 얻은 게 뭐냐”며 불만을 토로.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1인2표제 무산에 따라 자민련과의 연합공천이 사실상 물 건너가 특히 수도권에서의 총선 전략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
○…자민련은 결국 자신들의 막판 중재안대로 선거법안이 관철된 데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 우선 인구상하한선 문제에 대해 비록 충청권 4석과 영남권 2석이 각각 줄게 됐지만 다른 당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것.
다만 1인1표제에 대해서는 이해가 크게 교차. 우선 자민련의 낮은 정당지지도를 감안하면 비례대표 예상의석수가 1인2표일 경우에 비해 2석 정도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 1인2표제일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가 6∼7석에 불과할 것이지만 1인1표제일 경우 8∼9석 정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반면 양당 간 연합공천 가능성은 그만큼 작아져 수도권 의원들이 불안해 하는 것도 사실. 그러나 자민련 의원들은 “연합공천과 1인2표는 별개”라며 “아쉬운 쪽에서 매달리게 돼 있다”고 주장.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거둔 성적을 ‘절반의 승리, 절반의 패배’로 자평. 일단 민주당이 강하게 주장해온 1인2표제가 무산되면서 한나라당이 고수한 1인1표제를 관철시킨 것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게 당내의 평가. 1인2표제 저지로 야권에 위협적 요소가 될 공동여당의 수도권 연합공천을 무력화시킨 데다 군소정당의 난립에 따른 야권분열의 여권 노림수를 저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대목은 이번 총선을 디딤돌 삼아 대권가도에 나서려는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특히 심혈을 쏟은 쟁점.
그러나 위헌시비를 제기하면서까지 지역구 의석을 살리려 했던 노력은 물거품. 이에 따라 지역구가 통폐합될 경남 진주와 대구 동구, 경기 안양동안 등의 원내외 위원장들은 당지도부의 협상태도에 강력히 반발할 움직임.
<양기대·정연욱기자> 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