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한나라 '색깔' 공세 共助…민주당 "말려들지 말라"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다시 색깔론 공방이 일고 있다. 이번 공방은 공동정권의 한 축이었으나 시민단체들의 낙천운동 등으로 민주당과 틈이 벌어진 자민련이 주도하고 한나라당이이에 가세하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자민련 '보수원조' 강조▼

○…자민련이 연일 색깔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야성(野性)’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겠다는 총선전략의 일환. 자민련이 가장 염려하는 대목은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국면이 민주당 대 한나라당의 양자 대결구도로 굳어질 가능성.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이 11일 직접 나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386세대의 정치권 진입, 민주당의 개혁노선 등을 모두 급진적 진보노선의 결과라고 공격한 것도 ‘보수 원조’로서 자민련의 정체성과 위상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

그러나 자민련은 앞으로 상황전개에 따라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도 강화한다는 방침. 외견상 대(對) 민주당 공격에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보조를 맞추는 양상임에도 불구하고 자민련은 “어디까지나 독자노선”이라고 강조.

자민련이 3당 총재회담을 제의한 것도 이번 총선을 ‘3당 정립’구도 아래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시. 또한 총선을 앞두고 다른 당에서 제기할 정치이슈들을 선점하겠다는 다목적 포석도 숨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으로부터 호응이 없어 정치공세에 그칠 전망.

▼한나라 "여권 흠집낼 호재"▼

○…한나라당 역시 색깔공방은 정부 여당의 개혁 드라이브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판단하는 모습. 특히 자민련이 색깔공방을 주도함으로써 색깔론 자체가 초래할 부담감까지 덜어주고 있어 더욱 호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색깔공방이 불거지면 보수층이 민주당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동안 우려해 왔던 민주당과 자민련간의 연합공천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질 것이기 때문.

그러나 한나라당은 한편으로는 자민련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보수층의 표가 자민련으로 몰릴 경우 득표면에서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기 때문.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이 이날 논평에서 자민련의 3당 총재회담 제의에 대해 “선거를 앞둔 당리당략적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자민련 역시 공동정부의 일원이었던 만큼 공동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

▼민주당 "말려들지 말라"▼

○…민주당은 자민련의 색깔공세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정면대응은 회피. 색깔공세에 말려드는 것 자체가 감표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자민련의 잇따른 386세대 공격에 당사자들이 강력히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나서서 “득(得)될 게 없다”며 말렸다는 후문.

11일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협공을 받고도 민주당은 “우리 당은 중도 온건 개혁적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다. 단지 다른 당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기 몸에 색깔을 칠하는 것일 뿐이다”는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의 짤막한 구두 논평에 그쳤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