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치권에 대한 ‘물갈이’ 요구는 총선 때마다 불던 ‘바람’이었다. 역대 총선에서 정치 신인의 당선율은 50% 안팎에 육박했다. 근래 선거에서의 신인 당선율을 보면 △15대 총선 45.8% △14대 총선 39.1% △13대 총선 55.6%였다.
그러나 ‘새 피도 새 피 나름’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총선처럼 TV 화면에 자주 등장에 대중에게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앞다퉈 정치권에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의 ‘흥행화’ ‘희화화’라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따라서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공인으로서의 검증을 거친 기성정치인보다 유권자들이 더 정밀하게 감별(鑑別)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정치신인이라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 총선자문위원단들은 “일단 정치신인들이 유권자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이 과정에서 ‘오염된 피’가 섞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교수는 “기존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점이 개혁성과 전문성의 부족인 만큼 정치권에 새로 진입하는 신인들은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갖추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은희경(殷熙耕)씨는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거론되고 있는 유명인사들이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대 이주향(李柱香)교수는 “정치신인들이 기존 정치권의 타락에 따른 반사이익만 얻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물갈이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송인수·공종식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