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패널들의 질문공세도 날카로웠다. “자민련이 도대체 여(與)인지, 야(野)인지 모르겠다. ‘가면 정당’ 아니냐”는 자민련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부터 이총재의 당적 변경 문제, 권력구조에 대한 소신 변화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내각제개헌 필요성 강조▼
그러나 이총재는 예민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우회’하면서도 나름의 정치적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보수세력의 선봉장’을 자임하는 정치인답게 “우리 정당구조를 보수 진보의 양축으로 개편해 인물 중심의 지역대결 구도를 타파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역설. 또 ‘한국형 대통령제’의 폐해를 들어 내각제 개헌을 강조했다. 이총재는 또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의 관계 등 자신의 당내 리더십에 대한 질문에는 “집안에서도 어른과 한번 상의하는 것 아니냐”고 가볍게 응수했다. 다음은 이총재와의 일문일답 요지.
―지난 2년 공동정부 운영을 평가한다면….
“IMF극복을 위한 두 당의 공동노력은 매우 성과가 있었다. 다만 정치적으로 갈등도 혼란도 있어 그다지 성공한 2년은 아니었다고 본다.”
―차기 총리도 자민련에서 나오는가.
“이런 분위기로 선거를 치른다면 자민련에서 총리로 가는 것은 무망하고 그렇게 생각도 안하는 게 당내 분위기다.”
―97년에 통일되기 전까지는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얘기했었는데….
“당시 국가위기관리와 안보상황을 고려해 그런 말을 했으나 그 후 입장을 조금 바꿨다. 한국형 대통령제는 안 된다는 것이다. 4년 중임의 정 부통령제나 순수내각제를 하자는 것이다.”
▼청와대만 가면 민선황제화▼
―내각제는 국민동의가 필요한데….
“16대 총선 이후 개헌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두세 차례나 ‘내각제 합의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훌륭한 민주인사도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민선 황제화된다. 국민도 깨닫게 될 시점이다.”
―수도권 당세 확장 전망은….
“중부권 보수지도자의 격려와 입당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당이 보수노선을 분명히 할 때 침묵하던 분들의 지지를 유도해낼 수 있을 것이다. 깜짝 놀랄 승리도 기대한다.”
―앞으로 당내 리더십은….
“총재로서 당헌 당규를 성실하게 지켜나갈 것이다. 명예총재와도 상의해 처리할 것이다.”
―386세대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했는데….
“색깔론을 제기해 (성향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걱정된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김대통령의 김정일 관련 발언은 포용정책의 기조 아래 남북한 현안은 정상들끼리 만나야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경직된 남북간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한 충정에서 나온 말로 이해한다.”
▼음모론 정황증거 있어▼
―낙선운동에 대해 시민단체와 여권 핵심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는데….
“민주당과 청와대 시민연대의 3각 커넥션을 제기했다. 정황증거는 있다.”
―음모론은 충청권을 위한 선거전략인가.
“총선연대가 김명예총재를 퇴출자로 지목한 데 대해 충청도민들이 비분강개했다. 이에 자극받아 김명예총재에 대한 정서가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