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파문 스케치]비주류 발걸림 분주

  • 입력 2000년 2월 20일 23시 35분


‘2·18’ 공천에서 비주류 중진들이 대거 탈락한 한나라당은 19, 20일 주류 비주류별로 각각 대책모임을 갖고 활로 모색에 나서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 "누구와도 손 잡을것" ▼

○…조순(趙淳)명예총재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고문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등 공천 반발 중진 4인은 20일 저녁 약 2시간 동안 긴급 회동, 앞으로 신당 창당 등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키로 합의. 김고문은 회동 후 “당명 등은 결정된 게 없지만 신당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는 것 아니냐”면서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가 남은 문제”라고 전언.

신부의장은 “조명예총재 역시 ‘어떤 결정에도 따르겠다’고 했다”면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지원 여부 등에 대해선 얘기가 없었으나 전쟁터에서는 누구와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 신당 창당을 위해선 그 분의 지원을 받아야지 않겠느냐”고 부연 설명.

○…이에 앞서 김광일(金光一)전대통령비서실장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해운대-기장을 공천 반납과 탈당을 선언. 곧 이어 조명예총재도 여의도 당사에서 회견을 갖고 서울 종로 공천을 반납.

조명예총재는 이어 시내 한 호텔에서 김윤환고문과 점심을 같이 하고 공동 대응책을 강구키로 했으나 구체적 대처방안에 대해선 입장 표명을 유보.

▼ "시대요구 수용을" 반격 ▼

○…한편 주류측은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를 내세워 반격. 이총무는 이날 기자실을 방문, “지역주의 흐름을 옅게 하고 개혁적 인사를 많이 받아들여 물갈이를 하라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며 “(비주류 중진들도)경륜 있는 지도자답게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 그는 또 “일부 계파 수장들에게는 전국구 제안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단합을 호소.

정두언(鄭斗彦·서울 서대문을) 오경훈(吳慶勳·서울 양천을)씨 등 이번에 공천을 받은 신진 인사 10여명은 이날 이회창총재의 공천개혁을 지지하기로 했으나 성명을 발표할 경우 자신들이 ‘이총재의 친위대’로 간주돼 오히려 당의 분란을 더 깊게 한다고 판단해 입장 발표를 유보한 채 조명예총재를 찾아가 공천 수용을 권유.

○…그러면서도 이총재를 비롯한 당직자들은 반발을 보이고 있는 비주류 중진들을 설득하는 등 진화(鎭火)를 위해 부심하는 모습. 김광일전실장이 20일 오전 공천반납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부영총무 등은 당황해하며 19일 저녁 늦게까지 김전실장과 전화 접촉을 시도. 그러나 김전실장은 끝내 접촉을 거부한 뒤 탈당 기자회견을 강행.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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