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예총재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내세운 화두(話頭)는 ‘큰 정치 추구’였다. ‘큰 정치’란 말하자면 ‘대권도전’. 조명예총재가 이번 신당창당 소용돌이 속에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한 것도 대권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한나라당 안팎의 지배적 관측이다.
95년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조명예총재는 대권을 향해 나아가다 한 차례 좌절한 경험이 있다. 97년 9월 서울시장직을 사퇴하고 민주당에 입당, 총재와 대통령 후보가 됐지만 출마도 못해본 채 신한국당과 합당해버리고 말았다.
한나라당 총재를 맡아 이회창후보를 지원했으나 대선에서 패배한 이총재가 조기전당대회를 요구, 임기를 8개월이나 남겨놓은 채 98년 8월 총재직을 내주고 물러난 뒤 지난 1년 반 동안 별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당권 재도전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가 공천을 반납하고 신당창당 대열에 합류했다. 조명예총재는 신당을 기반으로 대권 도전의 기회를 다시 잡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과연 이번에 이질적이고 개성과 전력이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추진하고 있는 신당을 바탕으로 대권도전이라는 궁극적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