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의 봄' 찾아왔나]이수성-박찬종씨 YS방문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26분


야권신당 창당 정국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서울 상도동 자택을 23일 이수성(李壽成)전평통수석부의장과 박찬종(朴燦鍾)전의원이 방문했다.

YS는 이들을 맞은 자리에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집중 비난하다가 얘기 끄트머리에 “근본적으로 의리 없고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 표현이 김대통령을 겨냥했다는 얘기와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지목한 얘기라는 풀이가 엇갈렸다. 또 ‘신당지지를 의미하는 얘기’라는 성급한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YS의 대변인역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이는 전적으로 김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명한 뒤 “이전수석부의장이 신당창당작업에 도움을 청했지만 김전대통령은 가타부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다음은 이날 YS와 이전수석부의장, 박전의원의 발언요지와 박종웅의원의 브리핑 내용.

▽YS〓“(신당에 대한 물음에) 에이 참. 어제는 참 좋았다. 눈을 밟으니 마치 천사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잘못된 여당은 참패시켜야 한다. 김대중씨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청소년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니 청소년들이 ‘이제 나도 거짓말을 해야겠다’고 잘못 생각할까 걱정이 된다. 근본적으로 의리 없고 거짓말 잘하는 사람은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

▽이전수석부의장〓“전에 모시던 대통령인 만큼 인사를 드리고 내 결정에 대해 말씀을 드리기 위해 왔다. (여당 2중대론에 대해) 제발 한나라당도 국익을 위해 여당의 2중대가 돼야 한다. 정치라는 것이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상황은 조선조 당파싸움과 똑같다. 신당은 필요할 경우 국민을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도 해야 한다. 국익을 위해 때로는 여당이 야당의 2중대가, 야당은 여당의 2중대가 돼야 한다. 증오를 극복하지 않으면 장래가 없다. (신당이 ‘반DJ’ ‘반이회창’을 지향한다는 점에 대해) 표현이 어떻게 됐든 내 원칙과는 다르다. 김대통령도 잘하는 게 있고 이총재도 훌륭한 점이 있다. 우리는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박전의원〓“97년 대선에서 이인제(李仁濟)후보를 지지, 결과적으로 DJ를 당선시켜 정치를 혼란으로 이끈 점은 내 최대의 실수였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 이회창후보를 지지하기가 어려웠다. 포항실내체육관에서 국가원수 인형 화형식을 갖는 등 일련의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 속에 이인제후보의 손을 들어준 경위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신당 참여여부에 대해)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많다. 만나봐야 알겠다. (부산서구 출마여부) 두고보자.”

▽박종웅의원 브리핑〓“민주계 탈당기사에 대해서도 김전대통령은 언급이 없었다. (‘의리가 없다’는 부분의 의미를 묻자) 그것은 김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민주당의 이번 공천을 보면 알겠지만 대통령만들기에 일등공신이고 당 기여도가 큰 사람들이 배제되지 않았느냐. 그런 점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나라당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 지금 상도동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모두 신당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얘기도 한다. 김전대통령으로서는 모두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는 것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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