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與3野구도]돌아온 철새들의 '대이동'계절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44분


4·13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공천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어김없이 ‘정치 철새’들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공천을 위해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리다 며칠 사이에 당적을 두세개씩 갖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새 정치’를 표방한 정치 신인들도 상당수에 달해 기성정치인 못지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들은 “잘못된 밀실공천에 희생됐기 때문에 다른 길을 모색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군색한 변명쯤으로 여겨지는 게 요즘 정치권에 대한 인식이다.

자민련 공천탈락 후 민주당에 입당한 전용학(田溶鶴)전SBS정치부장의 경우 “A사에 입사지원서를 냈다가 낙방해 B사에 지원하는 것도 철새냐”며 이런 인식에 항변했다. 민주당 공천심사에 반발해 탈당한 정한용(鄭漢溶)의원은 자민련에 입당한 뒤 “주변에서는 고향인 충주로 출마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자민련 ‘텃밭’ 공천을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정의원은 출마지역으로 당초 지역구였던 서울 구로갑 대신 인천 연수를 선택했다.

장석화(張石和)전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이중으로 공천신청을 냈다가 모두 탈락하자 결국 자민련에 입당함으로써 3당을 ‘섭렵’한 경우. 장전의원은 자민련 입당에 대해 “자민련이야말로 의리가 있고 정이 있는 정당”이라고 추켜세우고 이번 총선에서는 중앙당 차원의 후보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주국민당의 창당은 여야 할 것 없이 공천탈락자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27일 김상현(金相賢) 박정훈(朴正勳)의원의 참여선언으로 한나라당 탈락자만이 아닌 민주당 탈락자들에게도 참여의 문이 열리게 됐다. 지난주 민주당을 탈당한 서석재(徐錫宰)의원도 민국당 합류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편 3당 중 마지막으로 텃밭 공천을 마무리한 자민련의 경우 공천탈락 현역의원 중 김고성(金高盛) 조영재(趙永載)의원은 이미 한나라당과 한국신당으로 옮겼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아직 고심 중이다. 변웅전(邊雄田) 이상만(李相晩)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으나 탈당결행은 28일로 미뤘고 김종호(金宗鎬) 어준선(魚浚善)의원도 탈당결심을 굳혀 가는 상태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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