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방아쇠를 당긴 쪽은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 홍위원장은 28일 “대우그룹의 아도니스골프장이 지난해 9월 재미사업가 조풍언씨의 부인에게 불과 114억원에 매각된 것과 관련해 정권유착 특혜의혹이 시중에 유포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29일 사실 자체가 다르다며 즉각 반격했다. 아도니스골프장은 지난해 가을 ‘이덕희’라는 인물이 대우측과 105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 그 중 55억원을 건넸지만 대우측이 중도 해지해 계약이 중단된 상태라는 것. 대우측도 “아도니스골프장은 지난해 8월 이후 법인 등재이사 변동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없이 뜬소문만 가지고 정부여당을 음해한 데 대해 홍위원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위원장은 “다음에 얘기하겠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준비가 너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의 판단은 다른 듯하다. 우선 총선대결구도를 ‘민주당 대 한나라당’의 양자구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략에 따라 홍위원장이 아도니스골프장 문제를 들어 민주당에 싸움을 건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도 이같은 한나라당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강력한 역공을 취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이날 아도니스골프장 시비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한나라당 부산 서구 공천파동과 관련한 ‘돈공천’ 의혹을 자료까지 공개하며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초 공천자였던 이상열(李相烈)씨가 한나라당의 주장과 달리 한나라당 공천심사가 한창이었던 1월말쯤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부산 모 상호신용금고에서 20억원을 대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치고 나왔다. 이에 대해 이상열씨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진흙밭 싸움이 유권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