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野와 차별화겨냥 매스컴 각광받을 메뉴골라▼
민주당은 민국당 태동으로 야권 분열양상이 빚어지자 하루 한 건 이상씩 ‘화제성 정책’을 발표하며 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전문위원들에게 ‘1일 1건’ 식으로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정책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작품’을 만들어 내느라 여념이 없다. 27일의 ‘중고차 자동차세 인하’와 28일의 ‘군부대 인터넷 화상면회’‘기부금 소득공제율 확대’ 등도 이렇게 해서 나왔다.
이재정(李在禎)정책위의장은 29일 “그동안 당보다 정부가 정책을 주도해 온 인상이 있지만 앞으로는 당이 전면에 나서서 정책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활기는 지난주말 이후부터 눈에 띄었고 그 이전에는 정책파트의 활동이 거의 없었다. 민주당의 정책위는 정책위의장과 정책조정위원장 3명, 정책연구실장 3명, 전문위원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위원 중 24명은 공채를 통해 당에 들어왔고 6명은 정부 고위직 출신. 당내에선 정권교체 직후인 97년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 시절 정책기능이 가장 활발했다고 꼽는다. 당시 김의장은 외부용역을 통한 작업을 많이 해 보건복지분야의 경우 6개의 정책기획단이 가동되기도 했다.
▼한나라/뒤늦게 공약개발 부산…"총선용 급조" 지적▼
한나라당 정책위가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정책위는 29일 공약개발위원회(위원장 정창화·鄭昌和)를 열어 461개 공약 시안을 집중 검토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경제분야 공약에 치중, △기업 자율에 입각한 구조조정 △신 관치 금융 청산 △부익부 빈익빈 해소 △재정적자 감축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의 정보화 추진 등을 앞세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책위는 전경련 은행연합회 관세사회 등 직능 사회단체들과 정책 간담회도 가졌다.
그러나 이런 활기는 ‘총선 때 반짝’일 뿐이라는 것이 당내의 중평. 총선공약 개발이 ‘통과의례’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98년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집권 경험 있는 야당으로서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말해 왔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밖으로 드러난 한나라당의 정책 기능은 며칠만에 한번씩 나오는 정책논평이 고작이다. 2월 한달 동안 한나라당이 낸 정책논평은 15건에 불과했다.
정책위의 인원은 1개 위원회 당 위원장(국회의원)-수석전문위원-전문위원-심의위원 등 4명으로 모두 70여명. 그러나 정책개발비가 책정되지 않아 전부가 ‘몸으로 때우기’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신당 파동의 와중에서 서훈(徐勳)농림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정책위 담당자들이 당을 떠나 ‘맨 땅에 헤딩하는 식’이라고 관계자들은 토로.
▼자민련/野黨 변신따라 '내용조정' 급급…구호성 많아▼
이미 2월 중순까지 각 분야별 전문위원 12명이 작성한 공약초안을 토대로 거의 매일 한 건씩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당의 보수색깔을 강화한다는 기조 아래 핵과 미사일 주권확보 정책을 제시한 것을 시작으로 자동차세 교통문제 등 생활에 밀접한 내용을 중심으로 잇따라 공약발표회를 개최.
29일에도 자민련은 ‘자가(自家)보유율 70% 달성, 출 퇴근시간 절반으로’를 내용으로 하는 건설 교통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자민련은 공약 발표시 관련 협회나 사업자단체들과 토론을 거치는 방식을 취해 나름대로 ‘검증을 거친 공약’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날 기자실에 배포된 ‘여군(女軍)비율 대폭확대 및 여성장군 배출’을 내용으로 한 공약자료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발표됐다. 정책발표 책임자인 선대위 정책담당 부본부장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것. 정책결정과정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야당’으로 선회한데서 오는 영향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동안 주력해 왔던 임대주택 활성화 등의 공약이 당의 ‘중산층 호소’전략에 맞추다보니 다른 내용으로 바뀌는 등 ‘실현가능성’보다는 ‘구호성’에 치중한 공약이 많아졌다는 평가다.
▼민국당/창당대회 매달려 '상품'개발 엄두도 못내▼
29일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당에 합류한 박정훈(朴正勳)의원을 정책분과 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가까스로 정책개발팀의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약상품’을 내놓기는 매우 힘든 형편. 당 지도부는 물론 실무자들도 당장 눈앞에 닥친 8일의 중앙당 창당대회에 매달려 본격적인 정책 공약개발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민국당은 중앙당 창당이 이뤄지더라도 당분간 구체적인 공약개발에 힘을 쏟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모여서 급조된 정당으로 뚜렷한 이념도 없는 상태여서 다른 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려운 일.
더욱이 색깔이 각각 다른 정파들이 ‘헤쳐 모여’식으로 규합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약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내부 의견조율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만 하더라도 당 지도부 간에도 의견 합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민국당은 따라서 한나라당과의 선명성 경쟁을 의식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정책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송인수·박제균·정연욱·이철희기자>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