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총선 때도 지역감정에 의존한 선거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신한국당과 자민련은 TK지역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당시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는 ‘박정희 계승자’를 자처하며 자민련이 충청과 TK연합정당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감정을 간접 자극했다.
신한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는 자민련의 TK 잠식 움직임에 맞서 “김종필씨는 대구 경북을 이용해 정권을 잡아보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는 박정희대통령을 계승할 자격도 없고 TK를 승계할 인물이 못된다. TK가 이 나라 역사의 중심세력의 자존심을 지켜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지역감정 연원 논란’으로 지역감정 공방의 불을 댕긴 JP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등 한층 강도를 높였다. 그는 “87년 대선 때 노태우(盧泰愚)후보는 호남에서 돌을 맞았다. 그러나 DJ는 영남에서 돌을 맞은 적이 없다”며 ‘반DJ’정서를 자극했다.
민국당 지도부의 지역감정 자극은 더욱 노골적이다. 김윤환창당준비부위원장은 “이제 영남을 주축으로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광일(金光一)창당준비부위원장도 “지역감정 덕택에 옆동네와 동업해 대통령이 된 사람은 지역감정의 괴수 중 괴수”라며 김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도 “지역감정의 최대수혜자는 김대통령이다. 본인의 잘못을 알면서도 남에게 덮어씌우는 행동은 지도자로서의 기본 자격조차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색깔론 공방도 한층 노골화했다. 15대 총선때는 신한국당이 재야인사들을 영입, 공천하자 자민련이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며 신한국당을 공격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JP는 6일 “과거 찬탁을 주장했던 사람이 지도층 가운데 일부 있다”면서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DJ의 색깔론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7일 “이 정권의 대북인식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색깔론 공방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지역감정 논쟁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한나라당의 ‘돈공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네거티브캠페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권에 나도는 괴문서를 근거로 “한나라당 부산 서에서 공천을 받았다가 교체된 이상열(李相烈)씨가 이회창총재에게 10억원, 이총재 측근에게 5억원을 주는 등 100억원대의 금품수수 명세표가 나돌고 있다”는 내용을 당보에 게재했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