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일부 장관들은 갑자기 소집된 두 회의에 ‘겹치기 출연’을 하느라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나 정작 논의된 주요 안건은 기존 정책을 재탕하거나 회의 취지와 동떨어진 것이었다.
보건복지부 환경부 노동부 기획예산처 장관과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복지노동수석비서관 등 장관급 6명이 참석한 ‘사회복지정책 관계 장관회의’는 생산적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을 논의한다는 명목으로 열렸으나 ‘복지박람회’개최 문제가 이슈가 됐다.
5월에 복지부 주관으로 ‘건강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인데다 박람회는 엄청난 예산에 비해 효과는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안건이 급조됐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이 회의에서는 또 △빈곤 퇴치를 위한 국민 기초생활 보장 추진 △자활보호자에게 생계비 지급 △갈수기 제한급수 등이 논의됐다.
국민 기초생활 보장 추진사업은 지난해 법으로 제정돼 올해 10월 시행을 목표로 시행령 제정 작업이 진행중인 사안이며 자활보호자에게 생계비를 지급한다는 사안은 이미 수차례 발표됐다. 갈수기 제한급수 대책은 복지와 관련이 없고 겨울 가뭄이 극심할 때 정부가 항상 시행한 일이다.
교육 문화 과학기술 등 인적 자원 관련 정책을 심의 조정하는 ‘인적자원개발회의’도 문용린(文龍鱗) 교육부 장관의 주재로 과기부 노동부 기획예산처 행자부 산자부 정통부 문화부장관 대통령정책기획수석 교육문화수석 등 12명의 장관 또는 장관급 인사가 참석했으나 이미 발표된 선심성 정책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이날 회의에서 주요 안건이 된 소외계층 교육기회 확대 방안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대학 행정기관 등의 시설을 이용해 정보화 및 영어 교육을 하겠다는 내용. 하지만 교육부는 이미 저소득층 자녀에게 PC 무료 제공과 컴퓨터 교습비, 인터넷 무료 사용권 등을 지원하는 교육정보화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또 각종 행사시 교원 동원 자제, 국가 행사시 교원을 의전상 우대하는 것 등을 담은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을 제정키로 하는 등 교원 사기 진작책이 논의됐으나 교육부는 당초 이 안을 이달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어서 아직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위에서 인적자원개발회의를 빨리 개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면서 “회의가 시간에 쫓겨 열리는 바람에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 개발 계획과 중복된 정부 업무의 조정 등 거시적인 문제들은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