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이 4월로 예정된 북-미 고위급회담, 북-일 수교협상을 앞두고 남북 당국간 대화에 따른 대차대조표를 검토할 것으로 보여 당장 어떤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정부 관계자들은 “시간문제일 뿐이며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대응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당국간 회담에 나올 경우 98, 99년 차관급회담의 원칙이던 ‘상호주의’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선(先)지원 후(後)대화’ 방식에 따라 비료 10만t을 지원하는 대가로 이산가족문제를 논의했던 과거의 1 대 1 교환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것. 예컨대 비료도 지원량을 얼마로 하느냐는 문제를 떠나 북한 농업구조개선 차원에서 협의하겠다는 것. 따라서 지원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당국간 대화 재개는 북한측의 호응 외에도 ‘4·13’ 총선을 비롯한 한국 정치일정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측으로부터 긍정적인 신호가 오더라도 우선 북한의 의도부터 신중히 검증할 것”이라며 “총선 이전에는 대북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측이 이번 제안을 총선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미리 선을 긋는 것으로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는 이번 대북제의와 총선과의 관련성에 대한 정치권의 의혹제기를 의식해 “대북경협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포기를 전제로 하는 페리선언과는 달리 막연히 ‘한반도의 평화’를 목표로 한 ‘한국판 페리선언’으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