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특히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뒷받침이 있어야만 가능한 대형사업을 수년 내에 이루겠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법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는 등 거의 기만에 가까운 행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발표한 100대 주요 공약에서 △2002년 국민소득 1만3000달러 달성 △2004년 균형재정 확립 △외환보유고 1000억달러 확보 등을 공언했으나 이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 고성장 추세와 안정적 환율기조를 유지할 경우에만 가능한 지표다.
더구나 균형재정 확립의 경우 겉으로는 2004년까지 누적 재정적자를 완전히 해소할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2004년 한해 재정만을 흑자 기조로 편성하겠다는 뜻이어서 일종의 유권자 '눈속임'공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밖에도 △의료보험 재정지원 확대 △광역도시 전철건설비의 국고지원비율 50%에서 75%로 확대 △2001년 논농사 직불제 실시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으나 대부분 수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사업들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15일 북한과의 한반도 평화협상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금강산관광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당론과 배치되는 데다 북한이 평화협상 상대로 남한이 아닌 미국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간과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탈북자 처리 등에 대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부 당국 간 국제회의 개최 등을 약속했으나 이는 탈북자 문제를 국내문제로 인식하는 중국측 시각을 무시한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민련 역시 △2010년까지 G9그룹 진입 △전 영세민의 중산층화 △과학기술 선진7개국 수준 달성 등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대부분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민련은 또 신보수 이념의 강화 차원에서 사정거리 800㎞ 이상 미사일 개발권 확보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당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실련 이석연(李石淵)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여야가 지역감정과 흑색선전에 주력하다 갑자기 정책공약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으나 대부분 즉흥적이고 실효성이 없는 내용"이라며 "조만간 각 당 정책의 허구성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국민적 판단 자료를 공개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