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가 소득세를 면제받으려면 4인 가족 기준 연봉이 1267만원(월평균 105만5800원) 미만이어야 한다. 정부가 10월부터 4인 기준 월평균 92만8000원 이하 수입 가구에 대해 최저생계비를 보장키로 한 점을 감안할 경우 세금 납부실적으로만 본다면 이들 후보는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란 얘기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더구나 세금 납부 실적이 ‘0’인 후보들의 신고 재산이 수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의혹은 증폭된다.
128명을 당별로 보면 청년진보당(26명) 민국당(25) 무소속(27) 자민련(18) 민주당(14) 한나라당(9) 한국신당(4) 민주노동당(4) 공화당(1) 순. 1위를 ‘차지’한 청년진보당의 경우 후보 대부분이 운동권 출신 시민운동가나 학생 신분이어서 재산 자체가 ‘0’이거나 마이너스인 경우가 과반수를 넘었다. 다른 당 후보 가운데 상당수도 재산이 1억원 미만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 강북을에 출마한 민국당 이병석(李炳碩·여)후보의 경우 신고 재산이 104억원. 이후보는 “50억∼60억원에 해당하는 재산이 종교단체로 돼 있어 비과세이고 일부 재산은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돼 있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13, 14대의원을 지낸 한나라당 홍기훈(洪起薰·경기 고양일산을)후보는 4억6436만원의 재산을 신고. 홍의원측은 “대학교수인 부인 소득에 의존하고 있으며 재산도 부인 명의”라며 “한국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모 대학 석좌교수를 지냈으나 연구비 명목이어서 비과세”라고 설명했다.
1억35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민주당 심재권(沈載權·서울 강동을)후보측은 “지난 4년여간 정당 활동을 하느라 부인의 소득과 재산으로 생활했다”고 밝혔고 신고 재산 2억9000여만원인 자민련 강병진(姜秉珍·서울 중랑을)후보 역시 “재산이 아내와 아들 명의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부분의 후보들도 부인의 소득과 재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혀 부인에 얹혀사는 정치지망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제균·민동용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