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신고액이 수억원 이상이면서도 정작 3년간 납부한 재산세가 ‘0원’이나 몇만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정치인들로부터 요즘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후보등록시 재산은 배우자를 포함해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모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세금은 본인들의 납세명세만 신고하도록 돼 있어 이처럼 신고명세만을 놓고 볼 때는 ‘무세(無稅)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애처가이기 때문에 재산까지 부인명의로 하는 것일까.
자민련 A후보는 재산신고액이 10억원을 넘지만 소득세 및 재산세 납부액은 ‘0원’으로 돼 있다. A후보측은 “그동안 몇차례 선거에 출마했는데 낙선할 때마다 빚쟁이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아예 집 등을 부인 명의로 했다”며 “선관위에 부인이 납부한 재산세납부 영수증을 제출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민련 전국구후보인 이규양(李圭陽)수석부대변인도 재산은 10억원을 넘지만 역시 재산세 납부명세는 ‘0원’이다. 그는 “안정적이지 못한 정당생활을 오래 해오면서 부인이 이를 불안하게 여길까 봐 상속재산까지 모두 부인명의로 바꿨다”며 “지난해만도 부인명의로 낸 세금이 1000만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재산신고액이 5억원을 넘지만 재산세 납부액이 전무한 한나라당의 한 후보도 “정당 생활을 오래 해오면서 그나마 집이라도 한 채 남아있는 게 집 명의가 부인으로 돼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세금신고도 전체 가족이 낸 세금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능력있는’ 부인을 둔 정치인들도 역시 재산세 납부실적은 저조한 편. 서울에 출마한 민주당 B후보는 재산신고액이 10억원 가까이 되지만 3년간 재산세 납부실적이 10만원도 넘지 못한 것에 대해 “부인이 주식 등 재테크전문가여서 재산신고액 중 대부분은 부인몫”이라고 말했다.
재산은 5억원이 넘지만 재산세 납부액이 ‘0원’인 자민련의 한 후보도 “식당을 운영하는 부인이 대부분의 재산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