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이 총선 후에는 남북 관계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총선 후 남북 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갈 구상입니까.
“정부는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정례화해 이산가족문제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하고 남북 협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 남북 특사 교환의 실현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정부는 남북 경제공동체 제의와 ‘베를린선언’ 이후 북측에 후속 제의를 많이 했고 북한도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바라고 있습니다.”
―포괄적 형태의 협상이 이뤄지는 남북 대화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과거 5, 6공화국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다릅니다. 또 ‘7·4’ 공동성명과 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을 당시에도 대부분 정치적 측면에 비중을 두고 대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큰 성과 없이 끝났어요. 앞으로 남북 대화는 경제협력 중심으로 남북간에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김대통령께서도 평화 통일이 훗날에 오더라도 서로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는 ‘윈윈(Win―Win)’정책을 하자고 하신 거지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票心)’을 의식해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의 시각이 많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주변 정세와 북한 상황, 그리고 남북 관계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믿고 있어요.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의 어려운 경제 사정과 낙후된 사회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한테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상호 경제협력 관계가 진일보하게 되어 한반도 평화 정착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김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북한 특수’에 대해 공방이 일고 있습니다. 야당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어떻게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느냐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짧은 기간의 중동(中東)특수와는 달리 북한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단계적으로 몇십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북한 개발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큰 일이 많겠죠. 일례로 김대통령께서 유럽 순방 때(3월) 남북을 관통하는 철로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 중심지까지 간다고 하셨습니다. 물건을 운반하는 것 하나만 예로 들어도 엄청난 사업 아닙니까. 단순히 철로를 하나 부설하는 문제가 아니예요. 하청업자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북한이 단독으로 돈을 낼 수 있느냐, 아니면 우리가 내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과 러시아와 남북의 공동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북사업은 국제적으로 외국기업과의 연계 속에서 봐야 해요. 자꾸 ‘왜 우리만 북한에 지원하느냐’하는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돈이 어딨냐. 혈세(血稅)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의욕적인 대북사업에 대해서는 언제나 기대만큼 회의와 우려가 있었습니다. 비근한 예로 평양에서 5일 개최될 예정이던 ‘2000 평화를 위한 국제음악제’가 사실상 무산됐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물론 공연료만 100만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사업 주체인 CnA코리아측이 100만달러를 되돌려 받든지 아니면 내달쯤 평양에서 계획대로 공연을 하기로 하고 날짜를 잡든지 북측과 계속 얘기 중이라고 중간 보고를 받았어요. 지난 2년 간은 남북 사회 문화 교류가 처음 시작되는 단계였기 때문에 민간단체들이 북측과 자유롭게 협의하도록 정부가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북측에서도 사회 문화 교류가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어서 전면적인 재정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새로운 내규를 만들어 교섭 단계 때부터 모든 프로그램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지도할 생각입니다. 특히 대북사업을 위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할 때에는 실제 경비와 체류비 인건비 등을 빼고는 가능한 한 모두 현물로 주도록 할 것입니다.”
―현대그룹이 금강산관광사업 대가로 2003년까지 북한에 주기로 한 9억4200만달러도 절반 정도는 현물로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현대측이 북측에 1년 사용료로 1억5000만달러를 내기로 돼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그 액수중 많은 부분을 남측에서
현물로 사가든지 대체하는 방향으로 하라고 현대측에 얘기했습니다. 현대도 그 뜻을 북한측에 전달했으며 북한측에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어떤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98년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이산가족과 비료지원 문제를 ‘상호주의’ 원칙 아래서 해결하려다 실패한 뒤 민간 차원에서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상봉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북쪽도 비공식적으로는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협력하는 것으로 봅니다. 물론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당국 차원에서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하지만 정부는 민간의 해결 노력도 지원하고 있어요. 당국간 회담이 열리면 긍정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북―일 수교 교섭이나 북―미 고위급회담이 남북 관계에 어떤 진전을 줄 것 같습니까.
“미일 양국이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북한도 관계 개선을 희망하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될 겁니다. 양국의 대북관계 개선은 남북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북―일 수교가 이뤄질 경우 일본이 ‘전후배상금’ 등의 자금으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과 기간산업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이 구상하는 대북 사회간접자본 확충 지원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지 일본과 협의가 있었습니까.
“‘베를린선언’을 통해 북측에 제의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지원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 및 민간의 투자 외에도 미국 일본 등 외국 정부와 국제개발기구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해요. 특히 일본의 배상금은 북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의 주요 재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기업체들의 대북 진출의 문을 한층 넓혀 놓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일본과의 공조를 한층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가 3월29일 유엔인권위원회 발언을 통해 탈북자문제를 국제법상 ‘난민’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탈북자의 유형도 정치적 이유와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요.
“정부는 해외 체류 탈북자에 대해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국내 입국 희망자는 전원 수용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어요. 정부의 노력 못지않게 민간 차원에서도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북한 이탈주민후원회를 비롯한 종교 사회 언론계 등 민간 지원단체의 활성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습니다.”
―장관께서는 60년대부터 불모지나 다름없던 북한 분야를 독자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만 남북 관계 활성화에 대비해 특별한 교육 계획이 있으시다면….
“남북 관계 교육은 안보 교육과 함께 그 실체를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통일부는 교재를 만들고 교육부는 교육을 맡는 쪽으로 교육부장관과 구두 합의했습니다. 초안이 만들어지면 발표할 생각입니다.”
<정리〓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