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동질성 찾기’ 문화교류 활기띨듯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남북한이 6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는 양측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문화예술계에서는 남북한의 문화교류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단 이후 10여차례에 걸쳐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를 가져온 양측이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민족의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문화 예술 교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교류를 전망해 본다.

▼방송

방송가는 ‘공식 채널’을 통한 프로그램 제작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는 중국 베이징과 연변 등의 조선족 브로커 등을 통해 건당 미화 100만달러 이상을 선지급하고 입북했던 것이 사실.

10여년간 북한관련 교양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MBC 김윤영(金潤永) 교양제작국장은 “처음부터 북한의 기간방송인 ‘평양 중앙방송’과 프로그램 제휴를 할 수는 없겠지만 남북한 양측이 접근할 수 있는 휴전선 인근의 자연 상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등 정치적 색깔이 배제된 프로그램의 제작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인기 가수 ‘핑클’ ‘젝스키스’ 등을 이끌고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를 연출했던 SBS 배철호(裵哲浩)PD는 “오락 분야는 워낙 남북한의 격차가 커 당장 남북한이 공동 아이템을 찾기란 쉽지 않다”며 “작년에도 북한측은 신세대 가수들의 랩이나 영어가사를 듣고 노래 중단을 요청했을 정도였다”고 신중론을 폈다. 배PD는 “우선 조용필 설운도 등 남한의 보편적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가수들을 무대에 올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는 10일 “북한측과 다음달 중순 평양에서 열리는 ‘창극 춘향전’ 공연 및 위성 생중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학술·문화재

학계는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측과 접촉해 왔다. 특히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아 ‘공동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등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의 김연철박사는 “동서독이 70년에 첫 정상회담을 한 후 89년 통일까지 6번 정도의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말하고 “정상회담 날짜 발표는 분단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지만, 통일을 위한 정례적인 대화채널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정배(徐廷培)문화재청장은 남북 문화재 교류의 기본틀로 △남북 문화재 교환전시 △남북 문화재 공동 발굴 및 학술 조사 △판문점 지역 생태계 공동 관리 △천연기념물 공동 조사 및 보호정책 마련 △무형문화재 공동 공연 등을 제시했다.

조유전(趙由典)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현재 개발이 한창인 나진·선봉지구에 대한 공동발굴을 먼저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재청이 유네스코를 통해 북한 문화재 보존 비용 10만달러를 지원하려는 계획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음악

음악계에서는 이념성이 배제된 순수 고전음악 분야의 경우 북한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교류전망이 밝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지휘를 공부한 재일교포 지휘자 박태영씨는 “북한 국립교향악단은 일본의 정상급 관현악단에 필적할 만한 합주력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5일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무기연기된 ‘2000 평화를 위한 국제음악제’의 주최사 CnA코리아의 배경환대표는 베이징에 체류하면서 북측 관계자와 후속 조치를 협의 중이다. 지휘를 맡을 예정인 지휘자 금난새씨도 “베이징 체류 중 북한측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윤이상음악연구소와 남한측 학자들 사이의 연구교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북한의 악기 개량작업 성과를 양측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교

종교계는 80년대부터 직 간접적으로 북한돕기에 나서면서 남북한 화해에 힘써왔고 공동예배나 공동법회, 종교계 인사 방북, 성당 및 교회의 건립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는 물론 원불교와 천도교 등의 대북한 교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오래전부터 북한 방문 의사를 피력한 조계종 총무원장 및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겸임)의 북한 방문과 북한 종교계 인사의 남한 방문도 기대되고 있다.

김동완 KNCC 총무는 “남북 교류는 7 ·4공동성명의 3원칙과 우리가 추가로 제안한 인도주의, 민중 참여, 평화의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하며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한 화해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소중한 성과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술

남북한과 해외교포 미술작가 3만5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사이버미술전이 추진되고 있다. 박석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은 10일 “남한 2만명과 북한 1만명, 해외교포 5000여명의 작품을 5월말경 사이버 공간에서 전시하는 가칭 ‘남북한, 해외교포 사이버 미술전’을 추진하기로 북한측과 비공식 협의를 마쳤다”고 공개하면서 “북한의 만수대창작사 측과 세부적으로 논의키 위해 이달 말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이사장은 “이번 사이버전시는 한민족 미술전반의 흐름을 비교 검토하고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이사장은 남북작가 33인전도 6월중 판문점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북한작가 15명의 작품이 인천항에 와 있다고 밝혔다.

<문화부>osc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