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발표시점 왜 당겼나?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정부는 왜 서둘러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발표했을까.

남북한이 공동으로 합의 사실을 발표한 10일은 ‘4·13’총선을 불과 사흘 남겨놓은 ‘미묘한’시점. 발표 시점 선정이 총선승리를 노린 여권의 승부수가 아니냐는 논란이 바로 불거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북 밀사역으로 나섰던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발표시점과 관련, “남북간 합의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측이 7일 (우리의 제안을) 수용하겠으니 8일 만나자고 해서 합의했다”며 “보안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상회담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북한도 이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화된 남북간 물밑접촉이 극적으로 성사된 마당에 이를 더 이상 보안에 부칠 수 없다는 현실적 여건 등이 고려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한길선대위대변인도 이날 “북측은 당초 ‘선거 이전 합의를 끌어내려 하지 않겠느냐’고 지레 짐작해 상당히 고자세를 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당국이 ‘굳이 선거 전에 합의할 필요가 없다’며 의연한 입장을 밝히자 북측이 도리어 합의를 위한 회담을 제안해오는 결실을 거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야당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직 전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카드가 여권의 총선용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의혹을 야당측은 줄곧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장관 등 협상 실무팀이 여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총선을 도외시할 수 있었겠느냐는 게 야당측의 시각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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