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이달 말경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권병현(權丙鉉)주중대사의 11일 발언에 대해 이같이 잘라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간부도 “사령탑은 여기 있는데 왜 주중대사가 아무런 교감도 없이 그같은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몹시 불쾌해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신중치 못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고 이정빈(李廷彬)외교부장관도 권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아직 장소와 관련해 공식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실무회담의 장소로 베이징보다는 판문점을 원한다. 베이징은 회동장소에 판문점처럼 모니터를 설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남북간에 좀더 깊숙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역사적 의미에 걸맞게 제3국보다는 판문점에서의 만남이 더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94년 남북정상회담 준비회담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판문각’에서 번갈아 열렸었다.
하지만 북한이 판문점에서의 준비회담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판문점에서 남북접촉을 갖는데 대해 대체로 거부감을 가져왔다. 판문점에서 회담을 가질 경우 대외 대내적으로 노출가능성도 내키지 않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북한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보도한 북한의 태도로 볼 때 판문점에서 열릴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