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 후 민주당 일각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체제를 조속히 정비해 대야협상에 나서야 하는데도 김대통령이 마냥 ‘뜸’을 들이는 바람에 당이 사실상 표류상태에 놓여있다는 것.
21일 사표를 제출한 이재정(李在禎)정책위의장의 후임에 이해찬(李海瓚)의원이 임명되자 당내에서 “전면적인 당직개편을 해야할 시기에 땜질식 인사만 해서 되겠느냐”라는 볼멘소리가 무성했다.
한 중간당직자는 “김대통령이 정국상황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구상에만 집착, 당을 종속변수로 생각하다 보니 당이 침체되고 결국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대통령이 당내 민주화와 당의 시스템화를 위해 발상의 전환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들 비판론자의 주문이다.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이 최근 “민주적인 정당운영의 틀을 세워야 한다”며 당원중심의 상향식 정당운영을 강조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민주당은 동교동계 등 일부 핵심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다시피 하고 공식라인보다 비선조직이 더욱 힘을 발휘하는 등 ‘민주정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
서울의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이 집권 후 2년여동안 당을 대행체제다 임시체제다 해서 반신불수 상태로 만들어 놓고 모든 것을 혼자 챙기려 한 게 정치파행과 정치 낙제를 불렀다”며 “김대통령이 앞으로 정치문제를 상당부분 당에 일임하고 외치(外治)와 남북관계 등에 전념하는 큰 정치를 보여주는 게 김대통령도, 당도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양기대기자> 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