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장은 올해 68세(1932년생). 민주당 서영훈(徐英勳·79)대표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74)명예총재에 비하면 아직 한창 나이지만 요즘 뜨는 ‘386’세대에게는 아버지뻘. 4선인 김의장이 지역구 최고령자가 된 것은 이번 총선에서 조세형(趙世衡·69) 김윤환(金潤煥·68)의원 등 동년배 여야 중진들이 줄줄이 낙선했기 때문. 김의장 본인도 하마터면 같은 신세가 될 뻔했던 처지여서 감회가 남달랐다.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의장은 이런 총선 결과를 ‘새 천년을 맞아 새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엄숙한 명령’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새 정치’를 ‘구 시대적인 보스 중심의 대결정치를 청산하고 국회의원 각자의 의견이 존중되는 정치’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말이 쉬워 ‘보스정치 타파’이지, 당선자라야 김의장 한 사람밖에 없는 한국신당이 이를 실현한다는 건 불가능한 상황. 김의장이 조만간 한국신당을 정리하고 친정인 자민련 등의 기성 정당과 다시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
김의장은 이에 대해 “솔직히 이제 자민련은 관심권 밖이다”며 자신을 자민련과 관련시켜 보는 시각 자체를 못마땅해 했다. JP에 대해서도 “얼마전 당직자들에게 ‘교섭단체를 구성하라’고 말했다던데, 그렇게 말한다고 교섭단체가 되느냐. 아직 정신 못차린 것 같더라. 선거에 왜 졌는지도 모르고…”라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김의장은 한국신당을 계속 유지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나 혼자만의 원내활동이 의미를 갖기 어려울지 모르나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미묘한 16대 국회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소신껏 처신하겠다”는 게 김의장의 구상이었다.
김의장은 총선 후 자민련 충청권 전현직 의원들에게 일일이 안부 전화를 걸어 관심을 보였다. 자민련 탈당 전 별로 사이가 좋지 않던 인사들과도 인사를 나눠 자민련 안팎에서 이에 대한 뒷얘기가 무성했다. 김의장은 그러나 향후 정치 구상에 대해 명확한 언급 없이 그저 “지켜보자”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은 힘이지만 한국신당의 동지들과 힘을 뭉쳐나가면 창당할 때의 기본 노선을 펼칠 수 있는 시기와 여건이 다가올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정치권의 상황 변화에 기대를 걸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