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정부, 美-日과 정책협의 고민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외교통상부는 24일 “한국 미국 일본 3국이 하와이에서 정책실장회의를 열어 남북정상회담을 조율한다”는 일부 보도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담당 국장이 기자실로 뛰어와 “이번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은 거론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일 3국 회의’와 ‘남북정상회담’을 분리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외교부가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일 3국이 공조 양상을 보임으로써 행여 북한을 자극하지나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 남북한은 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한다’는 전제 하에서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조국통일 3대 원칙’의 첫 번째 항목은 ‘자주’이고, 북한은 오래 전부터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의 폐기’를 요구해 왔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으로선 대북 포용정책의 공조 파트너인 미국과 일본에 정상회담의 의미와 향후 전망 등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미국은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면서도 내심 남북 간 대화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정상회담에 관해 한미일 3국이 실질 협의를 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묘안’은 △현지 대사관을 통해 조용히 의견을 조율하거나 △정부 당국자가 미국과 일본을 방문해 개별 조율하거나 △거꾸로 미일 외교 관계자가 각각 서울에 와 정부의 브리핑을 받거나 △현안 발생 때마다 가져 온 ‘3국 조정감독그룹(TCOG)’회의를 개최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한미일 3국이 함께 모이는 모양새만은 피하자’는 정부의 기본 방침 때문에 일단 ‘3국 조정감독그룹회의’의 개최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지 대사관을 통한 의견 조율도 정상회담이라는 사안의 무게 때문에 대사관 차원에서 다룰 일은 아니다. 결국 현재로서는 정부 당국자가 적절한 시점에 미일 양국을 방문해 설명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