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자민련 총재회담]양측 실무접촉 조율 난항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28일 열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의 청와대회담을 위한 양측간 4인 실무접촉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렸으나 민주당측은 양당간 공조 재개를, 자민련측은 내각제 개헌논의를 각각 요구해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양측은 이날 접촉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초당적 협력, 선거결과 나타난 지역갈등 해소노력 등에 대해선 쉽게 합의. 자민련이 요구한 구제역 산불 등의 대책마련을 위한 국회특위 구성문제도 민주당측이 수용했고,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에 대해서도 “당연히 해줘야 한다”며 적극적인 태도.

그러나 민주당측은 합의문에 양당간 공조정신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표현이라도 담을 것을 요구한 반면 자민련은 “공조문제와 총재회담은 별개”라며 강력 반대. 자민련은 대신 내각제개헌 등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과 총선시민연대의 불법 활동에 대한 당국의 우선 수사 등을 요구하며 맞불 작전.

○…이에 앞서 자민련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실무진이 마련한 안을 놓고 논의. 그러나 자민련측은 이번 총재회담 의제가 김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간의 영수회담과 크게 다를 게 없어 고심.

한 당직자는 “김대통령과 이회창총재의 영수회담에서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 담아버려 새로운 의제나 제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별다른 합의도 없이 모양새만 갖추다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표정.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도 실무접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양당간 공조복원 문제의 의제 포함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 알겠다”며 자신이 없다는 태도.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민주당과 자민련 총재회담을 계기로 ‘민-자 공조’가 복원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예민한 반응.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을 위해 교섭단체 조건을 완화해준다거나 호남 무소속 4인 당선자를 자민련에 보내 무소속 구락부 같은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얘기”라고 주장.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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