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총장은 누구에게도 거칠 게 없다는 듯 행동한다. 속내를 결코 입안에 담아두지 못한다. 목소리도 다른 사람보다 한 옥타브 정도 높다. 주변에선 “군 출신이 아니랄까봐서 지금도 ‘육군중령’처럼 행동한다”고 눈총을 주지만 그는 오불관언이다.
18일. ‘참패의 늪’에 빠진 자민련의 ‘구원투수’로 두번째 당 사무총장을 맡은 그의 취임 일성은 “우리는 그동안 너무 잘못한 것이 많다. 내각제문제와 합당문제, 그리고 선거법협상에서 수없이 말을 바꿔왔고 수없이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에만 급급했다”는 것이었다. 극심한 지역감정 선거였다느니, 관권 금권선거의 극치였다느니 하는 변명 일색의 당내 분위기를 일축한 뼈아픈 ‘자기반성’이었다.
물론 ‘질타’의 대상에서 JP라고 예외일 순 없었다. 당내에선 곧바로 “JP에게 감히…”라는 얘기가 나왔고 JP 측근들의 성화에 시달려야 했다. 다음날 강총장은 JP를 만나 “심려를 끼쳤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JP도 “별 내용 아니던데”라며 넘겼다고 한다.
강총장은 54세다. 충남대 총장을 선친으로 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육사를 졸업한 뒤 5공 출범 때 예편, ‘신군부의 막내’로서 정치를 시작했다. 벌써 5선고지에 올랐고 주요 당직은 물론 과학기술부장관까지 지냈다. 그래서 ‘차세대주자’니, ‘포스트 JP’라는 말이 나돌지만 그는 “그런 타이틀은 싫다. 그런 거 신경쓰다간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잘라버린다.
올해 초 외손자를 본 ‘젊은 할아버지’ 답지 않게 여전히 동안(童顔)인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해피 보이’.선거 이후 그는 하루에도 서너명의 여야 중진을 만나고 있다. 원내 17석으로 추락한 그러나 자민련의 위상을 확립하는, 결코 쉽지 않은 임무가 맡겨진 탓에 ‘해피 보이’의 얼굴에선 요즘 짜증만 배어나온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