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3차준비접촉 전망]의제선정 놓고 신경전

  • 입력 2000년 4월 30일 20시 35분


정상회담 준비접촉을 두차례 마친 남북한 양측은 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의 선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 회담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남측은 될 수 있는 한 의제를 구체화시키려는 데 반해 북측은 의제를 추상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3일 열릴 제3차 준비접촉에서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의견 접근을 이루느냐에 따라 합의서 작성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지난달 22일 열렸던 1차 준비접촉에서 △경제협력 △이산가족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당국간 대화채널 구축 등 ‘베를린선언’의 4대 과제를 의제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북측은 의제보다는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에만 초점을 맞추고 의제도 ‘7·4공동성명’에 명시된 자주성과 민족 대단결을 강조하는 포괄적인 것으로 하자고 주장했다는 것.

정부는 일단 남북간 현안들을 포괄하는 표현을 통해 의제의 기본방향을 설정한 뒤 계속될 준비접촉에서 의제의 범위를 좁혀나간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정상회담 개최 합의서에 명시된 ‘7·4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앞당긴다’는 내용이 포괄적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이 ‘포괄적 추상적 의제’에 합의한다고 해도 북측이 의제의 구체화 작업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도 이 문제를 둘러싼 밀고당기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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