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질감의 한지로 싸인 책이 벌써 말해 주지만, '어른의 학교'는 저자와 북디자이너의 손길이 많이 간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96년 여름이니 근 3년간을 제작한 셈. 이 책을 위해 정병규 씨가 표지와 본문을 디자인했고, 정재규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재규 화백은 정병규 시의 친동생이다. 이들 세 사람은 꽤 오랜 친분을 쌓은 사이다.
중학생 시절 함께 교지를 편집할 때 이윤기 씨는 글을 쓰고 정재규 씨는 삽화를 그린 후 35년만에 한 책에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어른의 학교'에 실린 40여컷의 그림은 이윤기 씨의 유쾌하고 훈훈한 산문들과 어우러진다.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세상에는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많고 많은데, 못 보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언어의 고수‘라는 수사가 따라 다니는 저자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사는 데가 온통 학교가 아니고 무엇인가요‘라는 울림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