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은 7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33차 ADB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ADB 등 국제금융기구가 북한이 국제금융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도와주기를 희망한다”면서 “국제금융계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신명호(申明浩)ADB부총재는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이미 ADB에 가입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 등과 물밑 대화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이 동의할 경우 북한의 연내 가입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ADB 가입이 실현되면 ADB가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최고 32년간 장기로 빌려주는 아시아개발기금(ADF)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북한의 경제개발 재원 조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DB총회에 참석중인 미국 재무부 에드윈 트루먼 국제담당차관보는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북한 당국이 ADB와 걸맞지 않은 ‘테러국가’로 남아 있는 한 회원가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일본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상도 이날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ADB 가입 문제는 신중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며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한편 한국 중국 일본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 등 13개국 재무장관들은 ADB 총회 기간 중 별도 회담을 갖고 지역 내 금융위기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국가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서로 외화자금을 긴급 지원해주는 통화스와프(교환) 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
이장관은 총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의 일부 내용을 수정해 헤지펀드가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투기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외국인의 원화차입과 원화증권 발행 등에 대한 규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장관은 또 “단기외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현재 단기외채로 분류되는 무역신용(외상수입)을 이달 중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치앙마이〓박원재기자·AFP연합>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