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는 이번 양김 회동 이후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 명예총재가 만나는 순서를 밟아 ‘신(新)3김 시대’가 열릴 것이란 얘기가 퍼지고 있다. 그 한 예로 YS가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 그를 향한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는 것이 꼽힌다.
또 JP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에게 외면당했지만 ‘골프 정치’로 자신의 역할 알리기 시동을 걸었다. 이런 판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3김 화해론’ ‘3김 역할론’을 내세우며 YS를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에 앉히자고 군불을 때고 있다. ‘신3김시대’ 소리가 나올만하게 됐다.
DJ와 YS의 만남은 어찌 보면 희화적이다. YS는 퇴임후 걸핏하면 “DJ는 독재자며 거짓말쟁이이므로 만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그가 DJ의 회동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조언’을 앞세웠지만 기실 약화된 정치적 영향력을 새로 키워보려는 뜻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총선에서 나타난 지역주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입김을 불어넣은 정치세력이 참패했고 이대로 가다가는 영향력 소멸 상태가 올지 모르므로 ‘경쟁하며 의존하는 보스정치’의 복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DJ도 그런 관계복원이 싫지 않으며 JP는 그 틈새에서 영향력을 복구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3김씨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들의 뜻에 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따르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대통령 임무를 마치고 떠났거나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정치원로’들이 여전히 현실정치에서의 세력확대를 꾀하는 모습을 보며 손가락질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도 분명하다.
전 현대통령이나 정당 리더들이 만나서 화해하며 국정에 대한 의견과 경험을 나누는 것까지 비난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새시대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여망과 다른 구태정치의 연장을 획책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이를 받아들일 국민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두 전현직 대통령은 직시하기 바란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