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준비접촉 당분간 중단…'간접대화' 선택

  • 입력 2000년 5월 9일 23시 33분


남북 정상회담의 실무적인 절차를 협의하는 준비접촉의 수순과 방식이 대폭 손질됐다.

남북이 준비접촉을 중단하고, 판문점 전화통지문 교환(판문점 협의)이라는 ‘간접 대화’ 형식을 택한 것은 실무절차 합의서 타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절차합의서 타결에 앞서 통신 경호 등 부문별 실무자 접촉을 병행시키는 문제를 협의키로 하자는 북측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정상회담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남측의 절박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은 4차 준비접촉을 통해 취재단 규모와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쟁점을 제외하고는 의견일치를 보았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 그러나 남북은 5차 준비접촉 날짜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쉽게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기자단 규모나 의제 표현방식 등에 있어서 절충점을 찾기 위해서는 대표단의 ‘설전(舌戰)’보다는 문서교환을 통한 상부의 직접적인 ‘교감(交感)’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는 양측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선 의제 표현방식의 차이점은 양측의 정상회담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방식과 향방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이 쉽게 양보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취재단의 수도 만만치 않은 난제. 양영식(梁榮植)통일부차관은 4차 준비접촉 직후 “가능한 한 기자단의 수를 우리측 입장(80명)대로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40명선으로 기자단을 제한하려는 북측의 입장은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취재단이 40명선으로 합의되면 위성생방송(SNG) 장비 운용요원을 제외한 취재기자의 수가 줄어들어 정상회담 일정 등 필수적인 취재를 제외한 북한 현지주민과의 접촉 등 거북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양영식차관이 “신발을 신어야 끈을 맨다”며 강조하던 ‘선(先)준비절차합의서 후(後)부문별 실무접촉’이라는 구도를 양보한 뒤에도 북한측의 태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시간에 쫓긴 남측이 북측의 페이스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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