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단결론’의 진원지는 동교동계 좌장인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 권고문은 최근 측근들에게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정권의 위기는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정권의 주체들이 사분오열됐기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것.
권고문은 또 당내 민주화를 둘러싸고 지도부와 초 재선의원들이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진들은 양보하고 초재선들은 희생하는 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당내 단합을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9월의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동교동계가 분열하는 모습으로 비쳐진 데 대해 권고문과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한화갑(韓和甲)의원 등 핵심인사들이 잦은 접촉을 통해 ‘오해’를 풀며 결속을 다지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
동교동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동교동계와 당이 분열하면 김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인 정국운영뿐만 아니라 정권재창출도 어렵다는 우려에 따른 것. 김옥두총장은 “김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개혁과 남북문제 등에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여권 전체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다음 그 결과를 국민으로부터 평가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도 당내 민주화론을 대세로 인정하면서도 동교동계 중심의 ‘단결론’에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이같은 ‘단결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단결론’이 자칫 동교동계의 ‘독주’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돼 당내 민주화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