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과 '정상회담'의 차이는?

  • 입력 2000년 5월 18일 23시 29분


남북정상회담 실무절차 합의서에 '상봉(相逢)'과 '정상회담'이 동시에 사용돼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18일 채택된 실무절차 합의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사이에 역사적인 상봉이 있게 되며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상봉을 '서로 만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정의보다 북측은 상봉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북측 회담관계자는 "상봉자체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며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을 만나서 수많은 결론을 이끌어낸 것도 상봉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사업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걸림돌을 해결한 돌파구가 김위원장과 정명예회장인 만큼 '상봉'의 의미도 단순한 만남을 넘어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차원에서 쌍방 정상이 만나 남북간의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분명히 '정상회담'이라는 용어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측의 입장이다. 북측은 4월10일 베이징(北京) 남북정상회담 합의내용을 발표하면서 김대통령과 김국방위원장간에 '상봉이 있게 되며 최고위급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발표, 상봉과 회담의 주체가 다를 수도 있다는 우려를 샀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실무절차합의서에 정상의 이름을 명기함으로써 깨끗이 해결됐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측이 합의문에 사용한 '상봉'이라는 용어는 결국 남북관계를 복원하게 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정서적 표현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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