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김대통령은 최근 DJP공조 복원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해왔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돼 왔다.
여권이 호남 출신 무소속 당선자 4명을 총리 지명에 때맞춰 이날 민주당에 입당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중앙집행위의장의 자민련총재 기용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의 민주당 입당설, 민국당 한승수(韓昇洙) 강숙자(姜淑子)당선자의 친여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여권이 이미 내용적으로 과반 의석(137석)을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김대통령은 박태준(朴泰俊)전국무총리의 낙마(落馬)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십분 활용한 셈이다.
김대통령은 또 남북정상회담 이후 큰 폭의 당정 개편과 개각을 단행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져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전반적 ‘틀’을 염두에 두고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이라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같은 김대통령의 구상이 야당의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이 다시 ‘수(數)의 정치’로 복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어 한동안 잠잠했던 여야 정쟁(政爭)의 파고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여야간의 논란이 당장 정쟁으로 심각하게 비화(飛火)될 것 같지는 않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대통령으로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자극할 수 없고 이총재도 ‘상생(相生)의 정치’라는 국민적 명분을 쉽게 버릴 태세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조 복원의 사실상 ‘조건’이 돼 버린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 추진이라는 첫 관문부터 여야간에는 적지 않은 마찰음이 빚어질 조짐이다. 총재 회담으로 아퀴지어진 여야의 화해 국면이 ‘제한적 휴전’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양상이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