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총장은 JP와의 30여분에 걸친 길지 않은 면담 내용을 기자들에게 소개하며 “도대체 필로소피(철학)가 틀려서 얘기가 안되더라. 상식이 비상식에 눌리는 판이니…”라며 한탄했다. 다음은 강총장이 전한 JP와의 단독면담 대화록.
▽JP(강총장이 JP방에 들어서자마자)〓왜 왔느냐. 총리문제 때문에 온 모양인데 내가 동의를 했어. 묵시적 동의를 했어. 당을 위해서 한 거야.
▽강총장〓당을 위해서는 이총재가 당에 남아서 당을 추스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건 당이 망하는 길입니다.
▽JP〓왜 그렇게 외곬으로, 좁게만 생각하느냐. 더 넓게 보면 되지 않느냐. 그게 당을 아끼고 위하는 길이야. 그런 문제를 일일이 상의할 수는 없는 문제 아닌가.
▽강총장〓이총재를 총리로 보내는 것은 당의 진로와도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이총재의 총리직 수락은 민주당과의 공조 재개로 해석됩니다.
▽JP〓누가 공조한다고 그랬느냐.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강총장〓총리직 수락이 공조가 아니고 뭡니까. 민주당이 코를 꿰어놓으려는 건데…. 또 지난 선거 때 한 얘기(공조파기 야당선언 등)도 있는데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우리가 왜 야당선언을 했습니까. 그렇게 민주당에 당해놓고도 그러십니까.
▽JP〓그건 당신보다 내가 더 많이 당했지 않았는가.
▽강총장〓앞으로 당을 어떻게 할 겁니까. 명예총재께서 당에 총재로 내려올 겁니까.
▽JP〓그건(총재) 안한다. 당에서 상의해서 총재를 정하면 된다.
▽강총장〓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대책이 없는 것 아닙니까.
▽JP〓왜 대책이 없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강총장〓나는 이총재의 총리직 수락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람이니 더 이상 총장직에 있을 수 없습니다. 서울에 올라가서 사의를 표명할 겁니다. 그 이후 거취는 신중히 검토하겠습니다.
▽JP〓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자네가 총장을 그만두면 더 큰 일이 생기는데…. 이럴 때일수록 잘해 보자.
▽강총장〓더 이상 당을 추스를 수 없습니다. 어쨌든 알겠습니다. 서울에 올라가겠습니다.
강총장은 면담을 끝나자마자 서울로 전화를 걸어 보좌관에게 “총장 사직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그는 자민련 탈당 등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