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오르기 직전 현대 봉래호 선상에서 있었던 방북교육에서 현대측 관계자는 "북측 환경관리원과 얘기를 나누더라도 가능한 한 정치적 주제는 피해달라"고 여러차례 당부했다. 대화를 하다가 자칫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한 예방조치였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관광객들이 금강산에 발을 디디고 북측 환경관리원들과 접촉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등산코스 곳곳에 배치된 북측 환경관리원은 하나같이 남측 관광객들만 만나면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느냐" "평양에서 두 분이 만나면 어떤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느냐"고 묻는 등 회담에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남측 관광객들로서는 뜻밖이었다.
한 환경관리원은 취재기자의 가슴에 찬 기자신분증을 보고 "물어볼 말이 있다"며 한쪽으로 잡아끌더니 "'김정일(金正日)장군님'과 상봉하게 될 '김대중(金大中)집권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 "판문점 준비접촉 결과는 뭐냐" "미전향장기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느냐"며 속사포식으로 질문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다른 환경관리원은 "남북정상회담이 잘됐으면 좋겠죠"라는 한 민주당 당직자의 말에 "'좋겠죠'가 뭡네까. 당연히 '좋겠지'라고 확실히 말해야 합니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1년 넘게 금강산 관광객 조장으로 일해온 현대의 김애심씨는 "개인적으로도 북측 환경관리원들로부터 회담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고 있다"면서 "회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