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재정경제부의 경제 당정(黨政)회의는 마치 야당의원들이 관료를 성토하는 국정감사장을 방불케 했다. 2시간반에 걸친 회의동안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 등 여당 관계자들이 이헌재(李憲宰) 장관 등 재경부 관료들의 경제정책 혼선을 매섭게 질타했기 때문이다.
뜻밖에 혼쭐난 이장관 등 재경부 관계자들은 “죄송하다”면서도 정치권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듯 “억울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의장〓금융시장 불안은 재경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다. 외국인투자자에게 물어보니 재경부 자료는 안믿는다고 하더라. 나도 안믿기 시작했다. 은행 합병에 대해서도 재경부와 금감위 얘기가 다르다. 금융시장 개선에 그동안 90조원을 부어넣고도 구조개선 효과가 없다.
▽이장관〓억울하다. 공적자금 투입문제는 선거전부터 (정치권에서) 너무 깊이 관여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려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
▽이의장〓국민과 시장(市場)은 더 이상 여러분이 우수하다고 믿지 않는다. 관료주의적 행태도 여전하다. 선거 후 첫 당정회의인데 어제 저녁에서야 자료를 팩스로 보내 의원들이 일독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이장관〓당과 매일 전화를 걸어 경제정책을 상의해 왔다. 오늘 당정회의도 좀더 일찍 개최하려 했으나 당에서 날짜를 이렇게 잡았다.
▽이의장〓조사해보니 은행권이 많은 부실채권을 숨겨놓고 있다고 고백하더라. 공적자금을 30조원이라고 확언하는 것도 문제다. 더 필요하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할 참이냐. 이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께 보고드리겠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