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7술판' 파문]정치권 "386을 다시보자"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33분


정치개혁의 기대를 한몸에 안고 화려하게 국회에 진출한 민주당 386 정치인들의 ‘5·17 술자리’ 사건이 전해지자 정치권에 뒤늦게 ‘386을 다시보자’는 논의가 분분하다.

우선 여야 지도부들은 한결같이 냉엄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26일 “엄숙하게 추모해야 할 날에 술판을 벌인 것은 누가 뭐래도 잘못”이라며 반성을 촉구했고 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총재권한대행도 “같은 젊은 사람들조차 ‘X’를 긋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낮과 밤의 두 얼굴을 가진 386이었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위선의 탈 속에 모든 것을 감출 수는 없다”고 개탄했다.

한나라당의 같은 또래 정치인들 역시 유구무언(有口無言)이었다.

남경필(南景弼·35)의원은 “한마디로 괴롭고 씁쓸하다. 그동안 과대포장됐던 386의 거품이 걷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선자들도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도덕적으로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오세훈·吳世勳·39) “우리 주장에 대한 신뢰가 깨질지 걱정이다”(김영춘·金榮春·39)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문은 전문성을 키우는 등 내실을 기하라는 데 모아졌다. 한 정치학 교수는 “386 세대 정치인들이 이벤트나 언론의 찬사에만 귀 기울인다면 과거 한때 ‘젊은 피’로 주목받다가 잊혀져간 수많은 선배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내실을 다질 것을 충고했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사무처장은 “이번의 ‘쓴 경험’을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 개혁추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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