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정치인 가운데서도 3선인 최재승(崔在昇·사진)기획조정실장은 김대통령을 직접 수행했던 측근중의 측근이다. 97년 대선 직후에는 김대통령의 비서출신 의원 7명과 함께 “정부직과 임명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이처럼 구정치의 한가운데 위치한 동교동계의 핵심멤버이면서도 최근 그는 동교동계는 물론 정치권 전반에 걸쳐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다니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동교동계 소장파라 할 수 있는 설훈(薛勳)의원이 지역구 내 서울시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미국식 경선을 통해 선출, 당 안팎에 충격을 준 것처럼 끊임없이 시대흐름에 맞는 변신을 추구해야만 동교동계든 여당이든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당내에서도 서영훈(徐英勳)대표 및 386세대 등 외부에서 영입된 신진세력과 당내 기존세력간의 상호 이해를 넓히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4·13총선 공천과정에서도 386세대들을 수도권에 배치하는 데 앞장섰고 이런 인연들이 노-장-청간의 가교역할 수행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이런 ‘독특한 위상’ 때문에 최의원은 “선배 동교동계 인사들과 차별성을 추구해 튀어 보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최의원 본인은 “이제는 보다 공식적인 역할을 맡고 싶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물론 그는 지난 총선에서 전북 익산 지역구를 이협(李協)의원에게 내주고 전국구로 옮기는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당시 이 결정에 대해서는 “그의 공헌도로 볼 때 의외”라는 여론과 함께 “위아래를 함께 아우르는 ‘큰 정치’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최의원이 그의 구상대로 ‘변화의 정치’를 통해 새로운 정치영역을 확보해 자신의 위상과 역할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