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온 폐선 '새만금號' "간척사업 중단하라"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40분


'바다의 날' 하루 전날인 30일, 조개껍질과 폐어구를 잔뜩 실은 폐선 '새만금호'가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 도착했다.

'새만금 즉각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대표 문규현 신부)을 비롯한 전북지역 새만금사업 반대 단체들과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바다의 날'을 맞아 개최한 '새만금 간척사업 전면 중단 촉구 연대집회'에 초대된 것.

흉칙한 폐선의 모양새를 하고 검은 휘장까지 두른 '새만금호'는 죽어가는 새만금 갯벌과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어민들의 한(恨)을 상징했다.

집회에 참석한 문규현 신부는 "새만금 개화도에서만 사는 세계적 희귀생물체인 '둥근물뱀'을 이제 볼 수 없게 됐다"면서 "개발지상주의자들에 의해 수많은 생명체와 어촌공동체가 파괴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신형록대표(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는 새만금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담당자들에게 "한번 새만금 갯벌을 두 발로 걸어보면 갯벌의 광활함과 무한한 생명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최성각 사무처장(풀꽃세상을 위한 시민모임)은 "만약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한다면, 김대중대통령은 5천년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후세에 평가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새만금사업의 문제점으로 △어민의 생존권 침해 △세계 최대의 생태계 파괴 △경제적 타당성 없는 국고낭비 △지역주민들의 의견 무시 등을 거듭 지적하고,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의 파행적 운영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새만금호'의 검은 휘장을 걷고 악귀를 몰아내는 오방기를 단 후 "새만금사업의 즉각 중단을 위해 쉼없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날 집회에는 10여개 단체 회원 80여명이 참가했으며, 이들은 집회를 마친 후 혜화동로터리까지 행진했다.

김경희/동아닷컴 기자 kik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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