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대선 겨냥 직할체제로 당정비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전당대회 직후인 1일 곧바로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임명하는 등 ‘이회창 제2기 체제’의 틀을 갖추기 위한 당 정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직할 체제’의 성격이 더욱 강화된 점이다. 당 살림을 맡을 신임 김기배(金杞培)총장의 경우는 민정계출신이지만 이총재의 경기고 후배로 97년 대선과정에서 이총재경선대책위 본부장을 맡았던 측근. 또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 역시 민주계이지만 9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회창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이 같은 ‘주류(主流)’ 중심의 포진은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비주류 중진들을 대거 낙천시킨 이총재의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즉 ‘숫자’보다 결속의 ‘질’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이총재가 이미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인선방향에서도 여실히 감지된다.

2일 의총에서 선출될 원내총무로는 이총재가 자신과 가까운 정창화(鄭昌和)의원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심(李心)’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나, 국회부의장 후보경선에서 이총재측이 ‘4·13총선에서 선대위원장으로 공이 큰 홍사덕(洪思德)의원을 밀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이총재는 또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포석을 한 흔적이 감지된다. 사무총장 및 정책위의장 인선과 선출직 부총재 7명 중 영남출신이 5명이나 되는 점 등을 놓고 당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영남후보’ 대두가능성을 견제하면서 수도권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이중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총재는 정책위의 기능강화에 역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수권정당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투쟁중심’에서 ‘정책중심’으로 방향을 전환,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특히 ‘반DJ’ 정서에만 의존해서는 유권자들에게 폭넓게 어필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현재 1실(室) 체제로 운영돼 오던 정책위를 여당처럼 1,2,3 정책조정위 체제로 개편해 정책개발과 비전제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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