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金대통령-김정일의 스타일?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같은 해 최고지위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대통령은 98년 2월 대통령에 취임했고, 김국방위원장은 98년 9월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되면서 권력승계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차이가 많다. 김대통령이 오랜 세월을 투옥과 연금 등으로 지냈던 것과는 달리 김국방위원장은 73년 노동당 조직선전담당비서로 북한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뒤 김일성(金日成)전주석의 후견 하에 사실상 정상의 자리에 있었다.

협상테이블에 임하는 두 사람의 접근방식도 차이를 보인다. 김대통령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농담’을 자주 건넨다. 대화의 주제를 자신이 주도한다는 점은 김국방위원장도 마찬가지. 김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생각에 반대되는 의견을 아주 싫어하나 상대방의 의견을 전격 수용하는 의외성도 보인다는 것이 북한 고위층에 있던 탈북자들의 증언.

86년 북한을 탈출한 최은희 신상옥씨가 녹음했던 김국방위원장과의 대화내용을 들어보면 그가 대화를 장황하게 이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내용을 곰곰이 들어본 북한전문가들은 그가 상당한 수준의 논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두 사람 모두 업무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김대통령은 3월9일 ‘베를린 선언’을 몇 차례나 직접 수정했다. 김국방위원장은 직접 연설을 하는 일이 없지만 ‘현지 지도’ 형식으로 전국을 누빈다.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일에 대한 두 사람의 이같은 열정 때문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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